겨울에 날씨가 추워지고 비가 오면 빅베어에 눈이 왔는지 확인하는 건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일상 중 하나가 되었다.
지난주부터 날도 제법 추워졌고 비도 종종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2024년 1월 7일 일요일 빅베어에 눈이 3인치 정도 쌓일 거라는 예보를 확인한 우리는 토요일 저녁부터 분주해졌다.
남편님께서는 특히 새벽에 출발해 점심쯤 내려오는 스케줄을 선호하신다.
작년에 내가 뭉그적거리다 6시가 다 되어서 출발했다가 빅베어 근처 스노우 체인 Checkpoint 지역에서 한 시간이나 지체했어서 구박을 참 많이도 받았었다.
올해에는 나도 각성하고 4시 기상에 성공했고 남편님은 그전에 이미 일어나셔서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나를 위해 빵과 커피를 대령해 주셨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새벽하늘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초승달과 함께 해가 뜨기 시작하는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참고로 우리는 싸우스 베이 (South Bay) 지역에 거주 중이고 5시쯤 출발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길이 이렇게 한가한 건 처음 본 것 같다.
차가 안 막히는 건 너무 좋았지만 빅베어(Big Bear Lake) 근처 산길이 시작되는 곳에 아직 햇빛이 안 비치는 지역에서는 밤보다도 더 어두운 기분도 들고 조금 많이 무서웠다.
Chain Requirement Levels
During the winter months, motorists may encounter traction chain controls in the mountain areas within California. When chain controls are established, signs will be posted along the road indicating the type of requirement. There are Three Levels of Chain Requirements in California:
- Requirement 1 (R-1): Chains are required on all vehicles except passenger vehicles and light-duty trucks under 6,000 pounds gross weight and equipped with snow tires on at least two drive wheels. Chains must be carried by vehicles using snow tires. All vehicles towing trailers must have chains on one drive axle. Trailers with brakes must have chains on at least one axle.
- Requirement 2 (R2): Chains or traction devices are required on all vehicles except four-wheel/all-wheel drive vehicles with snow-tread tires on all four wheels.
NOTE: (Four-wheel/all-wheel drive vehicles must carry traction devices in chain control areas.)
- Requirement 3 (R3): Chains or traction devices are required on all vehicles, no exceptions.
dot.ca.gov/travel/winter-driving-tips/chain-controls
캘리포니아 교통국 웹사이트에 보니 눈길의 상태에 따른 스노우 체인 관련 세 단계의 규정이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인 R-1 일 때는 일반 차에 스노우 타이어가 있으면 체인을 장착하지 않아도 되지만 체인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눈길의 상태가 조금 더 위험한 단계인 R-2 일 때는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한 사륜구동 (AWD-All Wheel Drive)을 제외한 일반 차들은 체인이나 트랙션 장치(Traction Devices)가 필수이다.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한 사륜구동 (AWD-All Wheel Drive)도 체인이나 트랙션 장치(Traction Devices)를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가장 위험한 단계인 R-3에서는 예외 없이 모든 차에 체인이나 트랙션 장치(Traction Devices)를 장착해야 한다.
작년 겨울에 빅베어(Big Bear Lake)에 갔을 때는 이미 눈이 많이 온 상태에서 눈보라가 치고 있었어서 아마도 R-3의 단계였던 것 같다.
이날 눈 구경은 원 없이 했지만 가벼운 접촉사고도 났었고 차에서 거의 내려보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했던 슬픈 추억으로 남아있다.
스노우 체인 검사하는 지역(Snow Chain Checkpoint)에서 우연히 포드 브롱코 (Ford Bronco)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도 우리 남편님의 포드 브롱코 (Ford Bronco)처럼 타이어나, 휠, 비상 가스통 등 범상치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바로 뒤에서 가게 됐는데, 체인을 검사하는 분들이 같은 팀으로 이해하시고는 첫 번째 차만 확인하고 다 같이 보내주시더라.
길이 하나밖에 없어 한동안 같은 팀처럼 함께하다 빅베어 빌리지 (Big Bear Lake Village) 입구에서 헤어지게 됐다.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 손을 흔들어 봤다. 그들도 그랬으려나.
영화 같은 마을 빅베어 빌리지 (Big Bear Lake Village)에 아직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남아있어 다른 세계에 온 듯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오프로드에서도 그렇고 확실히 All Terrain 타이어가 장착된 포드 브롱코 (Ford Bronco)는 눈길에서도 안정적이라 든든했다.
한국의 날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이 날 20 ℉ (-7 ℃) 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날씨가 많이 추웠고 길이 얼어있는 지역도 많이 있었다.
흔치 않게 긴장하며 다소곳하게 운전하는 남편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캠핑장 쪽에는 눈이 내린 이후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아직 없어 신나게 들어가서 사진을 찍다가 꽤 큼직한 동물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발자국 사이즈가 큰 강아지 일 수 도 있었지만 혹시라도 곰발자국일까 봐 잽싸게 차로 돌아왔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Bellville (Vin Dusen Cabin)라는 금광이었던 곳을 발견했다.
Bellville (Vin Dusen Cabin) 금광 안쪽에 오두막 집 같은 곳이 있는데 오두막 안은 조금 따듯했고 다녀간 사람들이 이름을 낙서한 흔적이 보인다.
뉴스에 보니 이번에 우리가 빅베어에 갔던 날이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추웠던 날이라고 한다.
정말 너무너무 추웠어서 차 밖에서는 계속 동동 거리며 다녀야 했었지만 그래도 눈길을 걸으며 빅베어 레이크(Big Bear Lake)를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날 본 풍경들로 올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얻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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